우리 기술의 빛을 담다

짚풀로 전통과 미래를 엮어요
짚풀공예 숙련기술전수자 김이랑

흔하디흔한 볏짚이 빗자루와 바구니로 변신하고,
거대한 황소와 공룡으로 나타난다.
김이랑 짚풀공예 숙련기술전수자는
시흥 호조벌의 풍요와 함께 하루하루 성장했다.
24년 전, 삶의 시름을 잊게 한 짚풀공예가
이제는 전통의 맥을 잇는 든든한 동아줄이 되어 그녀를 지킨다.

    유연하고 강인한 짚풀의 힘

“짚풀공예가 저를 숨 쉬게 했어요. 형편이 바닥이었던 시절, 내 손으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는 성취감 덕에 삶을 지탱할 수 있었죠.”

김이랑 전수자는 수도도 가스도 끊긴 월세 단칸방 시절에 짚풀공예를 만났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간절함으로 세상 밖으로 나갔다가 자활센터 프로그램을 본 것이다. 이삭을 털어낸 곡식 줄기를 엮고 꼬아 생활용품을 만든 짚풀공예는 조상의 지혜이자 김이랑 전수자의 숨 쉴 구멍이었다. 물만 흠뻑 적시면 원하는 대로 유연하게 따라주는 볏짚은 위안과 자유로움을 선사했다. 신이 난 그녀는 작은 바구니부터 시작해 점점 멍석의 크기를 키웠고, 구력이 쌓인 지금은 초가의 용마루부터 사람이 올라탈 수 있는 황소까지 거뜬히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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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름대로 창작은 하지만 예술가는 아니에요.
    장인으로서 전통의 맥을 이어가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민속 문화를 전승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죠.”

제대로 배우고 싶은 마음에 순천 낙안읍성을 지키던 무형문화재 임채지 선생을 찾은 건 자연스러운 행보였다. 한번 내려가면 2~3일씩 묵으며 기술을 배우니 어찌 귀한 제자가 아닐까. 그 인연은 23년째 여전하다. 사흘 전에도 스승을 찾아뵈었다는 김이랑 전수자는 ‘절대 손을 놓지 말라. 후계자를 양성하라.’라는 스승의 말을 가슴 깊이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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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한 뼘, 성실한 짚풀공예 지킴이

김이랑 전수자는 요즘 베를 짤 때 허리 보호대로 두르는 ‘부티’를 볏짚과 삼으로 만드는 중이다. 민속자료를 공부하다 흥미로운 공예품을 발견하면 직접 만드는 게 일상. 기술과 힘을 두루 갖춘 그녀의 작품은 만듦새가 탄탄하고 섬세하다. 가장 든든한 지원군은 시흥 호조벌 평야에서 친환경으로 재배한 벼의 볏단이다. 잘 말려 보관한 볏짚의 은은한 풀향기에 마음마저 평온해진다.

    “하루하루 볏짚을 안 만지는 날이 없어요.
    하루 한 뼘씩이라도 매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성실히 열정을 쌓다 보면 스승님의 궤도에 오르지 않겠어요.
    짚풀공예가 추억으로만 남지 않도록 잘 지켜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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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역축제마다 찾아가 짚풀공예 전시와 체험을 선보이고, 교육 프로그램을 체계화한 것도 후대에 잘 전하기 위한 노력이다. 옛날 생각이 난다며 손을 걷어붙인 어르신들 한분 한분이 스승이었고, 아이들의 반짝이는 호기심은 희망이었다. 10년 동안 시흥문화원에서 매주 강의 하고, ‘전국짚풀공예공모대전’을 꾸준히 여는 이유 역시 짚풀공예와 대중과의 인연을 촘촘히 엮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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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촘촘하게 엮인 짚풀과 우리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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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조상의 농경 지혜를 품다
    시흥 호조벌
    조선시대 당시 농경지 확보뿐만 아니라 홍수·가뭄을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호조벌은 시민들에게 생명과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시켜 주는 장소로, 매년 개최되는 ‘호조벌 축제’에서는 농촌 문화 체험을 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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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민족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짚풀생활사박물관
    서울시 종로구 성균관로 4길 45 (명륜 2가)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의 전반적인 생활에 활용되었던 짚과 풀. 짚풀생활사박물관에는 짚풀재료의 종류부터 짚풀로 만든 농기구, 의류까지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어 다양한 짚풀 공예를 체험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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