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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기 국산화, 품질이 곧 자부심
대한민국 전기 명장
정규완

대한민국 산업 동력은 어디서부터 출발할까?
중공업 도시 울산에서 37년간 오직 회전기에 몰두한 정규완 전기직종 명장.
내 손으로 최고를 만들겠다는 사명은 품질 시험실의 불을 꺼뜨릴 줄 몰랐다.
끝내 세계가 인정하는 품질을 일군 명장의 우직함은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자부심으로 이어진다.

    자존심 건 회전기 국산화
    "지금도 새벽 5시에 일어나 5시 30분 첫차를 타고 출근해요."

HD현대일렉트릭 회전기시험실을 이끄는 정규완 생산 팀장의 건실한 출근길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발전기와 전동기 등을 일컫는 회전기는 선박, 공장, 발전소 등의 산업 동력을 책임진다. 1987년, 20대의 그가 현대중공업에 입사할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회전기는 외국과의 기술제휴에 의존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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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나 시험에 문제가 생기면 독일 기술자를 불러 해결했어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무엇보다 자존심이 상하더라고요. 그래서 회전기 국산화에 도전장을 내밀었죠.”

밤낮없이 매달렸다. 잘못된 접선으로 불이 나기도 하고, 아쉬운 결과에 탄식이 교차하길 여러 번, 드디어 만족할 성과가 나왔을 때 정규완 명장은 선배들과 얼싸안고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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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력을 통해 5년 만에 국내 최초 회전기 국산화에 성공하여 현재 HD현대일렉트릭의 선박용 동기 발전기가 세계 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최초 대용량 고속 동기발전기 개발도 '현대중공업이 왜 못 만드냐'라는 호통에서 시작했다.

    우수숙련기술자 면접 현장에서 만난 포스코 손병락 명장의 일침에 함께 힘을 모았고, 2021년 보란 듯이 국산화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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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껏 1,000여 종 이상의 회전기를 시험하고 연구하며 품질 향상을 이끌어온 정규완 명장은 ‘실패도 경험’이라고 말한다.

    노트에 빽빽하게 적은 문제들은 1,720건에 이르는 제안으로 이어졌고, 그 치열함은 대한민국 최고의 회전기 전문가로 우뚝 서기 위한 자산으로 쌓였다.

    아낌없이 나누는 37년 기술력

정규완 명장의 동력은 늘 부족함과 간절함에서 시작됐다. 어린 시절, 소풍 도시락을 쌀 형편이 안되어 동생들과 점심시간이 끝나기만을 숨죽여 기다려야 했고, 우산이 없어 비에 쫄딱 젖은 채 학교에 가기도 했다.
절망과 방황의 시기에 그를 붙잡아준 건 기술이었다.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발판 삼아 취업한 덕에 희망을 찾고 꿈을 키우며 명장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 이 여정이 후배들에게 길잡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정년을 2년 앞둔 그는 공정과 절차를 표준화한 모든 기술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전수하는 중이다. 회사 밖에서도 제자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산업현장 교수는 물론 어려운 환경의 학생들이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도록 울산보호관찰소와 울산교육청의 멘토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학창 시절 좌절한 경험이 있기에 더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 합니다."

정규완 명장은 최고의 기술 명장이기 이전에 좋은 어른의 길을 걸어왔다.

국가대표를 자처하며 국산화에 몸을 바치고, 더 나은 품질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며, 그 배움을 아낌없이 나눠온 모습이 그렇다. 후배들에게 저진동, 저소음, 경량화에 초점을 맞춘 회전기 개선 활동을 당부하는 그는 이제부터는 ‘후배들이 주인공’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그의 37년이 우리나라 회전기 산업을 이끄는 무한동력으로 계속해서 이어질 것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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